한낮의 천문학
2017년 9월 4일
내가 가장 신경쓰고 사는 것을 한 가지 꼽자면 호구 당하지 않고 싶은 생각이다. 어제 집에 들어가는 길에 레드불을 하나 사서 들어가는길에 집 옆 슈퍼에서 4개 묶음 떨이 행사를 하는 것을 봤다. 훨씬 싼 떨이 레드불을 사기 위해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미지근해진 레드불을 환불한 뒤 묶음 레드불을 들고 하루 내내 싱글벙글 했다. 이런 걸 안빈낙도라 해야하나.. 아마 다운그레이드 버젼일까 싶다. 그러던 어느 날 레드불 한 캔 털어 넣다가 내가 거쳐온 여러 관계에 있어 ‘호구가 되기 싫은’ 안빈낙도의 다운그레이드 버젼이 상대에게 폐를 끼쳐 온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니 폐를 분명히 끼쳤을 것이다.
…
’어리석을 정도로 착하게 행동할 때’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들은 적이 있다. 좀 더 정이든다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들고 싶어 바보처럼 착하게 굴면서, 호구를 내리 잡히고도, 심지어 잡히는 걸 알면서도 헤헤 웃으면서 사람을 보듬는 사람을 상상했다. 만약 이런 종류에 행동을 할 수 있다면, 내가 이 것을 호감이나 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쯧쯧 혀나 찼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