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천문학
2018년 11월 28일
개발 컨퍼런스를 다녀보면 종종 문학적인 울림을 만나는데 이 세션이 그랬다. 이 세션의 주인공인 한 기업이 아키텍쳐의 큰 변경을 6년동안 이어 오면서 잘못된 결정을 꽤 많이 내렸다고 한다. 업계 용어로 삽질도 많이 하고, 기반 기술도 언어도 많이 바꾸고.. 그렇게 6년 정도의 삽질을 하며 요즘 유행하는 아키텍쳐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있다는게 세션 주제였다. 이쯤 되면 자랑 할법도 한데, 자기가 겪었던 삽질을 공개하고, 뒤따라오는 사람에게 ‘Don’t be scared about making the wrong decision’ 이라니, 자신의 잘한 선택만 자랑하는 세션보다 훨씬 멋있었다.
“제가 2000년에 졸업생들 앞에서 축사를 했을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제 저는 여기서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되, 가능한한 피해 보라고. “당신을 죽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든 결국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니체가 말했죠. 그가 미처 강조하지 못한 점은 그것이 거의 당신을 죽일 뻔 했다는 것입니다.”
코난의 다트머스 졸업 축사 중에 제일 깔깔 웃었던 부분이다. 살다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모든 잘 계획된 시도도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래도 계획하는 것을 안할 수는 없다. 계획의 목적은 성공이 아니라 피해를 가능한 적게 덜 치명적인 타이밍에 입는 쪽이 되야한다. 계획에 성공해 최악을 피하는 것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소박한 형태의 행운일지도 모른다. 성공이 왔을 때 그것을 거머쥐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최근에 읽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최신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성공적인 학습의 과학”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모의 훈련은 완벽하지 않다. 존슨은 어떤 훈련을 통해 경찰이 폭력범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빼앗는 연습을 하는지 설명한다. 이 기술은 동료 경찰과의 역할극을 통해 연습한다. 신속하고 능숙하게 행동해야 한다. 폭력범이 총을 놓치게 하기 위해 한 손으로는 그의 손목을 치는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총을 비틀어 빼낸다. 경찰은 이 연습을 계속 이어서 한다. 총을 뺏고, 다시 건네주었다가 다시 뺏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습은 한 경찰관이 실제 범행 현장에 출동해서 폭행범에게 총을 뺏었다가 습관적으로 도로 건네주는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중지되었다. 서로 놀란 가운데 경찰관은 가까스로 총을 다시 빼앗고는 폭력범을 꽉 붙잡았다. 이 훈련 체계는 연습한 대로 실전에 임하게 되므로 실전처럼 연습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어겼던 것이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감각을 측정하는 데 가장 강력한 피드백은 현장에서 저지르는 실수일 때가 가끔 있다. 실수를 저지르고도 살아남았고, 그 교훈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면 말이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감각을 측정하는 데 가장 강력한 피드백은 현장에서 저지르는 실수일 때가 가끔 있다. 그 피드백으로 우리는 한발짝 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실수를 저지르고도 살아남았고, 그 교훈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