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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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8일

설국열차의 마지막 장면을 보던 중 불의의 일격을 당했었다. 영화의 결말만큼 엄청난 정신적인 타격이었다. 그 때 만나던 친구가 카톡을 보고 있었다. 해변가에서 돌을 맞는다면 이렇게 황당할까. 영화관에서 스크린 이외에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았던 것 중에서 이 일이 제일이었다. 그 영화관을 나오고 한참을 싸웠다. 그 친구가 보고 싶어하던 영화였고, 봉준호 감독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겨우 메세지 따위에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버리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무의미한 물음과 대답을 반복하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의 차이를 발견하고 각자의 집으로 갔다.

그 이후 웃으면서 몇일은 더 만났지만 같이 무엇을 하던 중에 그 친구의 스마트폰을 보면 무척 화가 났다. 모르는 사람이야 넘기면 될 일이지만, 문제는 이 친구와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무엇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해 그 일을 같이 하고 있을 때 그 순간을 즐기는게 아니라 딴 곳으로 정신이 팔려있는 듯이 보였다. 특히나 같이 생각해 볼만한 것들을 하고있을 때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었다.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마 만남의 균열이 생긴 것도 이 때였었다.

아무튼 이런 전적이 있던 나에게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왔다. 오늘 핸드폰을 보며 걷다가 어떤 젊은 여자분과 부딪혔다. 그 분이 들고 계시던 커피도 쏟았고 영화에서 두 사람이 부딪히면 나오는 별같은 것이 나와도 무방한 순간이었다. 여자분은 얼굴이 빨개져 날 쏘아봤다. 너무 너무 죄송해서 연신 허리 굽혀 사과했지만 화가 너무나 나는지 그녀는 짜증을 내며 길을 건너갔다. 남겨진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미안한 감정으로 사과하는 사람한테 저리 무안을 줄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하던 도중 그때 그 친구가 했던 말이 뇌리에 스쳤다.

“모든 시간에 최선을 다해 집중할 수는 없어, 너도 마찬가지잖아.”

아무리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그 행동을 100% 재현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행동을 지적하는건 몇번이고 곱씹어야한다. 그때의 내가 스마트폰을 지적했던건 100% 오지랖이었다. 그녀가 옳았다.